[농축환경신문] 한국식품연구원(원장 백현동, 이하 식품연)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기술을 활용해 고급 증류주의 숙성 과정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디지털 숙성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이번 연구는 오랜 시간과 장인의 경험에 의존해 온 증류주 숙성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데이터와 AI 기술로 재현·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위스키와 같은 고급 증류주의 품질을 보다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프리미엄 주류 시장이 확대되면서 고급 증류주의 품질 관리와 일관성 확보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숙성 과정은 수년에서 수십 년이 소요되고 온도, 습도, 목재 특성 등 다양한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기존 숙성 방식은 장인의 경험에 크게 의존해 재현성과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식품연 발효융합연구단 김태완 박사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향미 변화와 화학 반응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이를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숙성 중 발생하는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온도와 시간, 숙성기 조건에 따른 변화를 모델링해 특정 풍미를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숙성 조건을 예측하는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AI는 다양한 숙성 조건을 빠르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어 기존에 수년이 걸리던 실험을 단기간에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생산자는 원하는 풍미를 가진 고급 증류주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향후 ‘AI 기반 숙성 예측’ 기술을 적용해 실제 숙성 환경을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는 실제 제조에 앞서 다양한 조건을 가상 환경에서 시험하고 최적의 숙성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국내 산림자원을 활용한 숙성기 개발과 연계해 한국형 프리미엄 증류주인 ‘K-SPIRITS’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임업과 주류 산업을 연계한 새로운 산업 모델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품연은 이번 연구가 고급 증류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한국형 프리미엄 주류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AI 기반 양조·숙성 기술이 장류와 식초, 치즈 등 다양한 숙성 식품 분야로 확대 적용되면서 국내 식품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완 박사는 “숙성은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과정이 아니라 수많은 화학적 변화가 축적되는 과학적인 과정”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경험에 의존해 온 숙성 기술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고, 원하는 맛을 설계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반 숙성 기술은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뿐 아니라 장류, 식초, 치즈 등 다양한 숙성 식품에도 적용할 수 있어 향후 식품산업 전반으로 확장 가능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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