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배양육'을 비롯해 세포배양 식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관련 학회나 세미나가 줄지어 개최되고, 세포배양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홍보하는 뉴스들이 대중들에게 퍼지고 있다. 본 자료집은 세포배양식품을 긍정적으로만 옹호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이를 방관하는 전문가 집단,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미칠 영향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안타까운 심정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세포배양 식품이란 동물에게서 추출한 세포 또는 유전자를 세포배양 기술로 증식해 얻은 인공식품을 총칭한다. 이 기술을 통해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배양육인 육류를 포함해 연어·새우와 같은 해산물, 우유·치즈와 같은 유제품, 그리고 달걀 등 매우 다양한 식품 원료를 광범하게 모두 만들어낼 수 있다. 세포배양 식품은 늘어나는 세계 인구와 기후변화 위기 등으로 닥칠 수 있는 미래의 식량난을 준비해야 할 목적으로 현대 식품공학 기술을 활용해 만든 인공물이지만, 오늘날에는 환경보호나 가축복지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홍보되는 실정이다.
배양육만 놓고 보더라도 최근 몇 년간의 성장세가 무섭다. 현재 식품업계는 아직은 식물성 재료로 만든 가공육이 지배적인 미래 인공육 시장에서 세포배양 기술로 만든 배양육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배양육 시장을 다룬 여러 보고서는 2022-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15%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심지어 이 범위를 배양육 외의 세포배양 식품 전반으로 확장하면 그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수도 있다.
아마 국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아직 용어도 생소한 세포배양 식품을 가까운 미래에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올해 2023년 6월 미국 농무부(USDA)가 세포배양 닭고기의 시판을 승인하며 세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배양육의 시장 판매를 허용하며 화제가 됐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인 만큼 많은 주목을 받은 이번 승인은 지난 해 2022년 11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이 세포배양 닭고기의 식용 안전성을 승인한 이래 약 7개월 만의 결과이다.
놀랍게도 한국에서 역시 우리 국민들이 시장에서 세포배양 식품을 만날 날도 머지않았다. 지난 5월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세포·미생물 배양 등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얻은 원료를 식품에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안을 담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발표했고, 6월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일찍이 풀무원, CJ, 신세계푸드, 대상 등 식품 대기업들이 세포배양식품을 연구하는 국내외 기업들과 협약을 맺거나 R&D센터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관련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은 만큼 승인만 되면 이들이 만들어낸 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들어올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사안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세포배양 식품이라는 신기술로 만들어진 이 식품이 안전하다는 일부 국가의 평가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모든 국가가 세포배양 식품을 지지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이고 그렇지 않다면 또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식약처가 서둘러 법안을 통과시키며 세포배양 식품의 시장 진출을 적극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국민들은 세포배양 식품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고 이러한 식품이 시장에 곧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들이 세포배양 식품을 소비할 의향이 있거나 또는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본 자료집에 실린 모든 글들은 상술한 질문들을 검토하려는 목적에서 작성했다.
여기서는 일단 세 가지 측면만 강조하고 싶다. 첫째,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고 경제논리만으로 세포배양 식품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이 우선인지, 기업의 이익이 우선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세미나에서 한 식약처 관련 인사는 국민의 건강도 지키면서 국내 세포배양 식품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두 가지를 모두 이루겠다는 발언은 언어도단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려면 장기간에 걸쳐 해당 기술에 대한 안전성 검증을 충분하게 진행해야 하는데, 싱가포르와 미국이 이미 세포배양 식품의 시장 승인을 일부 마친 상태에서 장기간 검증을 하겠다고 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막으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할까. 올해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들어 세포배양 식품의 생산을 전면 금지한 법안을 상정한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최근 식약처의 행보를 보면 기업의 경제논리에 손을 들어준 것처럼 보인다.
둘째,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우리 국민들이 세포배양 식품과 이를 둘러싼 시장 상황의 변화를 얼마나 잘 인지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올해 4월 국회 K-바이오헬스포럼에서 ‘세포배양식품의 문제와 해법’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나온 국민인식조사 결과는 한국 사회가 세포배양식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되어있음을 보여주었다. 응답자 1000명 중 단 3.6%만이 세포배양식품을 ‘잘 알고 있다’라고 대답했고,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비율 역시 33.1%에 그쳤다.
요컨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세포배양으로 만들어진 식품들이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올 날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 국민들은 무얼 먹는지도 모른 채, 또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음식을 강제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을 위한 승인을 서두르기에 앞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거나 할 생각이 있는가. 국민들에게 정당한 알 권리를 얼마나 보장해주고 있는가.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기반을 둔 마케팅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포배양 식품을 둘러싸고 빠르게 변화해가는 현실 속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 많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아쉽다. 식약처가 지난해 2022년10월 세포배양 식품 원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령의 입법예고를 공지하고, 올해 2023년5-6월 해당 시행규칙이 신설되고 시행되기까지 우리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정을 얼마나 파악했고, 어떠한 목소리를 냈는가. 지금껏 공개된 많은 세미나와 언론에서는 상대적으로 세포배양 식품을 옹호하는 입장의 목소리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같은 입장을 가졌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전문가를 비롯해 관련 업계 종사자 및 소비자단체 등은 오늘날 상황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별일이야 있겠냐는 안일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변화가 밀실정치와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식약처는 한 세미나에서 내부적으로 대체식품전문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었는데, 이 협의체에 참여한 전문가 집단은 누구인지, 공정하게 사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지, 논의 과정과 결과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지 등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공론화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사안들을 일부 전문가들만의 밀실토론으로 결론을 낼까 우려가 된다. 이제는 관련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들을 충분하게 인지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날카롭게 낼 수 있어야 할 때이다.
요컨대 이 자료집을 제작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포배양 식품을 둘러싸고 정부는 국민 건강을 우선시해야 하지 못하고, 축산업자들과 전문가들은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소비자단체들과 관련 언론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포배양 식품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은 소득에 따라 건강 불평등 또는 영양 불평등한 현실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인류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어 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모든 일에는 언제나 때가 있다. 이미 기업들은 경제논리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자 전략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도하고 있다.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많은 이들이 세포배양 식품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세포배양 식품 기술이 가지고 있는 불확실한 위험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면 아직은 경제 논리보다 국민의 건강과 알권리를 우선시함으로써 신기술을 검증하는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본 자료집에서는 필자가 그동안 세포배양 축산식품을 다룬 특강자료, 기고문, 축산바로알리기 연구회 소식지 내용 등을 묶었다. 정년퇴임 후 이미 현역을 떠난 사람으로 너무 많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오늘날의 현실과 후배 세대들이 맞이할 미래가 안타깝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기도 했다. 머지않은 장래에 세포배양 축산식품이 산업화되었을 때라도 이들 문제점을 꾸준하게 지적해온 학자도 있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부디 이 책자가 세포배양 식품에 관심이 있으신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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