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안 썼는데" 농약잔류 검출에 친환경 인증 취소? 친환경농어업법 뜨거운 감자로

김필 기자

jdh20841@daum.net | 2023-08-22 12:37:58

野 '인증 취소사례 방지' 친농법 개정안 발의 앞서 '신중모드'
농식품부, '농약검출 기준 완화' 골자로 시행규칙 개정 검토

[농축환경신문문]농업계가 친환경농어업법(이하 친농법) 개정 여부를 놓고 찬반 양론이 첨예한 모양새다. 현행 친농법은 인증 단계에서 농약 검출 유무에 따라 농작물의 친환경 인증 여부가 결정되는 방식의 '결과론적 인증제'이다 보니, 친환경 농법을 적용했더라도 인증이 배제되거나 취소되는 등의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친환경 농업계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입법기관인 국회도 친농법 개정안 처리를 망설이는 분위기다. 현행 제도는 농작 과정이 아닌 출하 후 농약 검출 여부만 검증한다는 점에서 인증 사각지대가 엄존한다는 주장과, 농약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작물에 친환경 마크를 부여하는 것은 소비자 이해관계와 배치될 수 있다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여론이 양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도 이같은 쟁점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며 친농법 개정안(친환경농어업법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유보하는 분위기다.

당초 신정훈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9명이 해당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었으나, 찬반 여론이 첨예하다 보니 업계 및 유관기관의 추가 의견수렴을 거치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야당발 친농법 개정안은 '비농약 경작'이 이뤄진 경우 친환경 검정 시 농작물에서 농약이 검출되더라도 친환경 인증을 부여, 유지토록 하는 것이 기본 취지다. 친환경 농법을 적용했음에도 인증 단계에서 농약이 검출돼 친환경 인증이 취소되는 사례를 막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기존 민간 인증기관을 인증 취소 주체에서 배제하고 행정기관이 친환경 인증을 전담하도록 하고, 인증기관이 사업자의 친환경 인증을 취소할 경우 관할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에 의무 고지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농축환경신문>과의 취재에서 친농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현재 입법발의에 앞서 심사숙고해야 할 개정안 세부항목이 있다는 (같은 당 의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라며 "다만 이번 개정안은 큰 틀에서의 골격은 유지되고 입법은 지속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친농법 개정은 비단 농가뿐만 아니라 정·관계도 고심이 큰 공통과제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도 친환경 농업계의 이러한 불만사항을 전격 수용해 관련 시행규칙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시행규칙 개정안은 친환경 인증 농작물에 적용되는 현행 농약 검출량 기준(0.001ppm 이하)을 일반 농작물 농약잔류허용기준(MRL)의 최대 1/20 수준까지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미국이 이같은 친환경 인정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EU(유럽연합), 영국 등 해외 주요국의 경우 친환경 농작물에 대해 별도의 잔류농약 검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0.01ppm로 국내 기준인 0.001보다 검출 기준이 느슨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농약 사용을 철저히 배제한 친환경 농법을 적용했더라도 유통 경로상 농산물에서 농약이 소량 검출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피인증사업자(농가)들에게 인증 취소와 같은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미국 등 해외 검증 기준을 적극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시행규칙 개정 여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일각에선 친농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친환경 농법이 적용됐는지 농작 과정을 모니터링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농약을 썼음에도 버젓이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농가가 등장하는 등 통제 불가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관련 인증이 남발될 수 있어 친환경 농작물에 대한 변별력과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반대급부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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