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현장기획] 겨울 과수나무 동해 예방, '흰색 페인트' 제대로 바르는 법
김대경 기자
press@nonguptimes.com | 2026-10-27 18:00:56
- 줄기 온도 상승 완화·도막 균열 감소 확인…주간부 하단 70㎝ 중심 도포
- 초기 구입비 부담은 과제…재도포 횟수·노동력 절감 효과 검증 필요
[농축환경신문] 농촌진흥청은 27일 전북 완주군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농업전문지 현장브리핑을 열고 겨울철 과수 보호를 위해 개발한 전용 흰색 수성페인트의 주요 성능과 현장 활용 방법을 소개했다.
겨울철을 앞둔 과수 농가에서는 수확 이후 나무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지면 햇빛을 받은 나무줄기가 낮에는 가열되고 밤에는 급격히 식으면서 수피가 갈라지거나 동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농가에서는 나무줄기에 흰색 페인트를 발라 햇빛을 반사하는 방법을 활용해 왔지만, 기존 건축용 제품은 나무줄기의 팽창과 수축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농촌진흥청이 케이씨씨(KCC)와 공동 개발한 과수 전용 흰색 수성페인트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농가의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발됐다. 기존 백색 도포 방식에 햇빛 반사 성능과 방수성, 도막의 신축성을 강화한 제품으로,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현장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한파 전 도포가 핵심…줄기 하단 70㎝ 보호
과수 전용 페인트는 나무줄기에 흰색 보호막을 형성해 햇빛을 반사하고, 겨울철 낮 동안 줄기 온도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완화하는 원리다. 낮과 밤의 온도 변화에 따른 수피의 팽창·수축 과정에서 도막이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현상도 줄이도록 설계됐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과수 전용 제품의 태양광 반사율은 92.1%로, 기존 일반 페인트의 86.7%보다 높다. 신장률도 기존 제품의 0~5% 수준에서 약 120% 수준으로 개선했다. 방수 성능은 40분을 확보했다.
시험재배지에서는 대기온도가 0℃일 때 페인트를 바르지 않은 나무의 줄기 온도가 최대 13.1℃까지 상승했지만, 과수 전용 제품을 처리한 나무는 2.6~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햇빛에 따른 줄기 온도 상승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된 것이다.
농가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도포 시기와 범위다. 농촌진흥청은 겨울철 동해 피해 예방을 위해 수확 후 낙엽기부터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기 전에 바르는 것을 권장한다. 사과 방추형 수형을 기준으로 지면에서 약 70㎝ 높이까지 주간부 하단을 중심으로 도포하면 된다.
잎눈과 꽃눈, 새순 등 생육이 활발한 부위에는 직접 바르지 않아야 한다. 나무 전체에 페인트를 칠하기보다는 줄기 보호가 필요한 부분에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붓·롤러는 고르게, 분무기는 두 차례 도포
작업 방식은 과원 규모와 작업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소규모 과원이나 개별 나무를 관리할 때는 붓이나 롤러를 사용해 줄기에 고르게 바르면 된다. 작업 편의를 위해 제품에 물을 10~30% 정도 섞어 사용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묽게 희석하면 도막 두께와 제품의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넓은 면적을 작업할 때는 분무기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제품과 물을 1대1 비율로 희석해 충분히 섞은 뒤 분무한다. 한 번에 두껍게 바르기보다는 얇게 1회 도포하고 충분히 건조한 다음 한 차례 더 덧바르는 방식이 권장된다. 이를 통해 줄기 표면에 보호막이 충분히 형성되도록 한다.
작업 과정에서는 임의 혼합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농약이나 비료, 다른 도료와 섞어 사용하지 말고, 제품 라벨과 사용설명서에 명시된 희석비와 사용법을 따라야 한다.
과수 전용 제품이 모든 과종에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는 사과와 복숭아 등을 중심으로 개발·현장 적용이 이뤄지고 있으며, 과종별 수피 특성과 수령, 재배환경에 따라 적용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장 실증서 균열 감소…실제 동해 경감은 추가 검증
페인트를 바른 뒤 보호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는 농가의 작업 부담과 직결된다. 도막이 쉽게 갈라지거나 벗겨지면 다시 칠해야 해 자재비뿐 아니라 노동력과 인건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올해 9월 경남 밀양과 거창의 사과 과수원 5곳에서 실시한 현장 검증에서는 과수 전용 페인트의 도막 균열 발생률이 일반 페인트보다 낮게 나타났다.
주간부의 심한 균열 발생률은 일반 페인트 처리구 64%에서 과수 전용 제품 처리구 29%로 줄었다. 접목부 역시 83%에서 49%로 낮아졌다. 각각 약 35%포인트, 3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별도 현장 실증에서는 사과 재배지의 도막 균열 발생률이 기존 흰색 수성페인트 90%에서 과수 전용 제품 10%로, 복숭아 재배지는 100%에서 50%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농업인도 제품의 도막 유지 성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경남 거창의 한 농업인은 일반 페인트보다 색상이 잘 유지되고 균열이 덜 발생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도막 균열 감소가 실제 동해 피해 감소와 같은 의미는 아니다. 동해 발생 여부는 한파의 강도와 지속시간, 품종, 나무의 수령과 수세, 토양수분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농촌진흥청도 현재는 제품의 물리적 특성과 줄기 온도 상승 완화, 도막 유지 성능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실제 동해 경감 수준은 추가적인 현장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품 가격은 일반 페인트보다 높아…장기 관리비용 따져야
농가가 제품을 선택할 때는 초기 구입비와 함께 작업 편의성, 도막 유지기간, 재도포에 필요한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반 흰색 수성페인트는 4ℓ 기준 약 2만~2만5천원인 반면, 과수 전용 제품은 약 5만3천~5만6천원으로 가격 차이가 있다. 초기 자재비만 놓고 보면 과수 전용 제품의 부담이 큰 편이다.
그러나 도막 균열이 적고 보호막이 오래 유지된다면 재도포 횟수를 줄이고 작업시간과 인건비를 절감할 가능성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장기적인 관리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제성을 판단하려면 과원 면적과 나무 수, 제품별 도포량, 재도포 주기, 작업시간 등을 비교한 자료가 필요하다. 농가별 재배 규모와 작업 방식이 다른 만큼 초기 구입가격만으로 제품의 효율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전체 관리비용을 기준으로 검토해야 한다.
올해 10개소·10㏊ 보급…내년 전남·전북·경남 확대
농촌진흥청은 과수 전용 흰색 수성페인트의 현장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신기술보급사업을 통해 강원 1개소, 충북 2개소, 충남 1개소, 경북 6개소 등 총 10개소, 10㏊에 보급하고 있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주요 과수 재배지역에서 도포 상태와 작업 편의성, 나무 생육 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농업인의 사용 경험과 현장 의견을 반영해 올바른 도포 방법과 활용 요령을 보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2027년에는 보급 규모를 10개소, 10㏊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무병묘 신기술보급사업과 연계해 전북·전남·경남 등 신규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원예작물부 윤수현 부장은 “과수 전용 흰색 수성페인트는 기존 농가에서 활용해 온 방법을 과수 재배환경에 맞게 개선한 현장 활용 기술”이라며 “농업인이 더 편리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장 안내와 보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과수 전용 페인트는 새로운 농작업을 추가하기보다 기존의 줄기 백색 도포 작업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현장 활용성이 기대되는 기술이다. 다만 농가에 널리 정착하려면 실제 동해 피해 경감 효과와 장기 생육 영향, 재도포 주기 및 비용 절감 수준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농가 역시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과원 여건과 작업 방식, 장기 관리비용을 함께 따져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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