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힐링" 치유농업이 뜬다!
김필 기자
kimpill@daum.net | 2023-10-11 09:06:29
농업 향한 도시인들 시선 바껴...農 가치 재조명
[농축환경신문] 도시인들이 사회생활과 일상에서 얻은 스트레스를 농촌에서 힐링하는 이른바 '치유농업'이 국내 농업계의 새 흐름으로 착근하는 모습이다.
치유농업은 국내외 연구계에서도 주목할 정도로 현대인들의 심적 스트레스 완화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창궐로 운신이 제한되면서 국내외를 가리지않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회인들이 급증했을 당시 '녹색 힐링'에 대한 관심과 연구도 급물살을 탔다.
이후 최근에는 이러한 치유농업이 각박한 현대사회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일종의 피난처로 인식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시범사업이 빠르게 활성화되는 추세다.
농업계에서도 이러한 시류에 화색을 띠고 있다. 도시인들이 힐링을 목적으로 농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농촌인구 고령화와 도·농 격차 등으로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농촌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
치유농업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국가행복지수에서도 투영된다는 분석이다. 한국 국가행복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총 37개국 중 최하위인 35위에 그쳐 있다. 경쟁이 일상화된 탓에 정신적으로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그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최근 정신의학·심리학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사례가 증폭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한다.
치유농업의 순기능이 최근 주목받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치열한 사회생활과 달리 자의적 노동으로 성과를 내거나 자아성취를 할 수 있는 농업을 영위하며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유지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유농업은 작물 생산성 증대가 아닌 농업 영위를 통한 '힐링'에 초점을 둔 만큼, 경쟁사회에서 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프론티어' 농업진흥청, 치유농업 국내 도입에 앞장서다
치유농업은 지난 1994년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원예치유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한 것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농진청은 현재까지도 치유농업의 개념 정립과 실적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에 있다.
농진청은 치유농업의 국내 활성화를 위해 관련법(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 2020년) 제정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를 통해 치유농업을 하나의 법적 카테고리로 승격시킴은 물론, 이후에도 다양한 신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시범사업 데이터를 축적하는 등 치유농업의 국내 확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밖에 치유농업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전파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일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농진청은 오는 2026년까지 치유농장 모델을 20종에 걸쳐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전국구로 치유농업확산센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치유농업 활성화에 따른 새 일자리 창출을 대비해 치유농업사 등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기관 15개소(2022년 기준)를 운영 중이다. 치유농업사의 경우 농작 컨설팅부터 심리 상담에 이르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전문가다.
또 농진청은 지난해부터 치유농업에 기반한 여러 사회서비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연계한 사회서비스로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치매관리, 노인주간보호, 발달장애인 주간보호 등이 있다. 해당 4대 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 시범사업으로도 연계되고 있다는 게 농진청 측 설명이다. 농진청과 복지부에 따르면 이를 통해 실제 서비스 수혜자들이 우울증, 스트레스 치료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전해진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축환경신문)과의 취재에서 "치유농업은 도시인들의 귀농과 힐링을 촉매할뿐만 아니라, 은퇴 후 무력감에 빠진 중장년층이 노후보장성으로 농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순기능도 있다"면서 "향후 치유농업센터를 전국적으로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며, 시범사업 케이스(사례)도 추가로 확보해 치유농업이 또 하나의 농업 카테고리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수요자 맞춤형 치유농장 대표모델 육성 시범사업을 10개소로 확대하고, 복지부 사회서비스 4종을 지자체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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