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후위기 커지는데...농식품부 식량 정책, 이대로 괜찮나

김필 기자

jdh20841@daum.net | 2023-08-24 13:22:51

감사원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 감사 보고서'

[농축환경신문] 기후위기 대응이 국제사회 공통과제로 급부상한 가운데, 정부가 식량 대책 등 관련정책 수립에 허점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한국도 기후변화 리스크에 노출된 가운데, 중장기적 분석에 기반한 쌀 등 주식량 대책 마련이 시급함에도 정부는 여전히 전통적 매뉴얼에 매몰된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것.

감사원은 지난 22일 '기후위기 적응 및 대응실태Ⅰ'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지적한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등 주무부처에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현 정부는 식량 확보를 국정과제로 삼는 등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안 마련에는 미온적이다. 농식품부가 농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후변화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존 쌀 생산성에 기반한 재배면적 목표를 설정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기후변화는 농작물 생산성 감소와도 직결되는 중대 요소로, EU(유럽연합) 등 해외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생산성 변동을 예측·분석하는 한편 이를 대비할 수 있는 각종 정책 활성화에 나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단순 과거 생산량 데이터만으로 지배면적을 설정한 농식품부의 현 정책은 이러한 대외적 변수를 감안하지 않은 1차원적 탁상행정이자, 시류에 뒤처진 도태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감사원은 모의실험 결과 기후변화로 10α당 쌀 생산량은 2020년 457㎏에서 2060년 366㎏까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는 등 식량안보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안'에 이러한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은 채 10α당 쌀 생산량을 526㎏로, 2027년 국내 쌀 자급률 98% 달성을 위한 목표 재배면적을 68만㏊로 산정했다. 이는 기후변화에 따른 쌀 생산량 감소분을 반영했을 경우 과소계상된 수치다.

이에 감사원은 기후변화 요인을 감안한다면 총 78만2000㏊ 규모의 경작지가 필요하다며 농식품부에 재배면적 상향 조정을 제안했다.

아울러 정부의 곡물 공급망 확보대책에도 사각지대가 엄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곡물 생산량 감소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수입경로 축소 등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안이 빈약하다는 것이 감사원 지적이다.

실제로 2035~2036년 국제 밀·콩·옥수수 생산량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난해 대비 각각 9.3%, 30%, 5.1%씩 감소한다는 국제 통계가 나왔음에도, 농식품부는 단기적 시세변동에 대응하는 정도의 근시안적 어젠다만 제시하고 있다는 게 감사원 진단이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해외농업자원개발사업의 경우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는 당초 이 사업을 통해 총 215만 톤(t)의 곡물을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고 봤지만, 감사원이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당 사업으로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곡물은 정부가 주장한 곡물 반입 총량의 0.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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